SUZUKI CAPPUCCINO, 브레이크 오버홀

2020. 6. 14. 14:31log

 

93년식 카푸치노, 탄생 20주년을 맞이한 해가 2013년이니, 올해로 27년 된 차를 현역으로 굴리기가 마냥 쉽지는 않다. 몇 달 전 산길 내리막을 달리던 중 갑자기 경고등( ! )이 들어오는 걸 한동안 무시했는데, 도심 복판에서 갑자기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택시 꽁무니를 들이받을 뻔 했었다. 원인은 브레이크 플루이드의 누액.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가며 근처 카포스에서 캘리퍼 내 공기를 빼고, 브레이크 플루이드를 보충하고, 새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니 당장 호스 터진 곳이나 새는 틈새는 안 보인다고 했다. 당장 운행은 어떻게든 가능했지만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브레이크는 당장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브레이크호스를 제작해주는 장인이 있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고, 강화호스를 주문 제작하려니 최소한 40만 원이 넘어가는 견적이 나온다. 심지어 새는 곳이 호스인지 캘리퍼인지도 모르니 둘 다 손을 봐야 할 상황. (오버홀을 위해 리프트에 올려 확인해보니, 좌전방 캘리퍼 호스 연결부에서 브레이크 플루이드가 뚝뚝 떨어지며 로워암을 축축하게 다 적셔 놨더라...)

일본 야후옥션을 뒤지니 스즈키 카푸치노 용 브레이크 캘리퍼 오버홀 키트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스즈키 순정 피스톤링, 부츠는 단종 되었지만 대체품이 있다. ‘자동차 메이커에 납품하는 회사’의 호환제품이라고. 참고로 프론트 캘리퍼 오버홀 킷 가격이 리어의 2배가 넘는다.

강화호스는 엔드리스의 스위블 조인트 타입.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고급 부품이지만 가격은 20만 원 정도로 국내서 제작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부품 배송비는 2만 원 정도 들었고, 주문 후 한국에서 받아보기까지 1주일 정도 걸렸다. 비드바이 같은 국내 대행업체보다 바이이(Buyee) 같은 야후옥션 연동되는 일본 배송대행 업체가 훨씬 편하고 수수료도 저렴하다.

 


캘리퍼 오버홀은 브랜디 클래식 모임에서 만난 구미의 지민규 씨에게 부탁했다. 구미 21세기 카랜드에서 일하는 미캐닉이다. 스타일리시 한 정비를 한다고 유명(!)하다는 건 농담 반 진담 반, 잘생긴 건 팩트. 친구는 자꾸 공임나라 가서 셀프로 하자고 꼬드기는데, 캘리퍼 오버홀 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금방 끝날 작업이 아니다. 공임이 저렴한 업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음 가는 미캐닉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모임 톡방에서 다른 숍이 해결 못한 머리 아픈 수리 작업이 있으면 구미로 가서 해결한다기에 거기가 어디인가 했더니, 바로 민규 씨 보러 가는 거라고 다른 동생이 귀띔해준다. 마침 오프라인 모임에서 민규 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볼 수 있었고, 고맙게도 작업을 맡아줄 수 있으니 부담 없이 찾아오라고 말해준다.

차량을 리프트에 올리고 프론트 캘리퍼부터 분해했다. 피스톤을 뽑아보니 러버 씰 내부에도 녹이 발생했고, 겉면 뿐 아니라 조금씩 금속을 파먹어 들어간 상태. 브레이크 플루이드를 오랜 기간 교환하지 않고 사용하면서, 브레이크 플루이드가 흡수한 물이 부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카푸치노는 매뉴얼상 DOT 3.0 플루이드를 사용하도록 되어있지만 93년 이야기다. 쉐보레 순정 DOT 4.0 플루이드로 교체하기로 결정, 500ml 2병을 미리 구입해갔다.

 


카푸치노의 토키코 제 캘리퍼는 모터사이클 브레이크처럼 콤팩트한 크기에 피스톤도 작아 작업이 쉽지 않다. 러버 씰과 부츠를 씌운 피스톤을 집어넣는데 한참 걸렸다. (그나마 두 번째 캘리퍼는 훨씬 빨리 끝났지만...)

리어 캘리퍼는 케이블로 작동하는 사이드 브레이크 구조가 결합되어 더욱 구조가 복잡하다. 일단 리어 캘리퍼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기 전에는 뜯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브레이크 호스만 교환하기로 했다. 카푸치노 오너 클럽에서 과거 자료를 조사해보니 리어 캘리퍼를 고정하는 7각 볼트가 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매뉴얼을 찾아보니 이 볼트는 일부러 풀지 말라고 7각 볼트로 고정해놓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캘리퍼를 분리할 때는 캘리퍼 마운트의 7각 볼트는 놔두고, 이 마운트 자체를 고정하는 볼트를 풀면 된다.

 


프론트 브레이크패드가 많이 남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리어 브레이크패드도 괜찮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패드의 사용한계를 넘어 완전히 납작하게 닳아있었다. 짐작컨대 이건 코너에서 사이드를 당겨 뒷바퀴에만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 예상된다. 어쩐지 주차하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도 차가 슬슬 흐르더라니... 일단 갖고 있던 아케보노 패드로 교체. 프론트는 패드가 충분히 남아있어 나중에 앞뒤 모두 엔드리스나 EBC 제로 교체하려 한다.

브레이크 교체 후 민규 씨가 테스트를 해본다.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으니 노즈를 지면에 내리꽂으며 칼처럼 멈춘다. 페달을 밟는 감도 단단하게 바뀌었고. 새 오일도 교체했으니 한동안은 걱정 없이 달릴 수 있을 듯하다.

P.S. 덤으로 카푸치노 캘리퍼에 호환되는 국산 브레이크패드가 있는지 아주 열심히 찾아보았다. 상신 브레이크 하이0-큐 SP2009가 카푸치노 프론트 브레이크 호환이다. 단, 국내 판매는 안 하고 전량 해외로만 수출되어 국내 대리점 재고는 한 개도 없다고 한다. 그냥 야후옥션에서 엔들리스나 EBC 구해 쓰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