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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CAPPUCCINO. 3개월 만이야

7월 초 2KBODY 입고시킨 카푸치노, 9월 말 귀환. 대략 3개월 걸렸다. "일본 썩차는 3개월씩 세워놓는 경우도 흔해"라던 친구 예언, 이루어지다. 정말 대단해! (쳇)

 

엔진 오버홀 중 문제가 있었다. 일본에서 새 피스톤을 주문했는데, 0.5mm 정도 실린더 공간이 남는다. 기존에 사용된 피스톤 역시 오버사이즈였는데, 사실 부품 주문 전 기존 피스톤이 오버사이즈인지 (혹은 사제 피스톤인지) 확인 할 길 없으니, 주문에 미스가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기존 피스톤을 아예 못 쓸 상황은 아닌지라, 카본 제거 후 재사용.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새 엔진이나 다름 없는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다. 엔진 오버홀에 야금야금 들어간 것들을 더해 총 비용은 대략 450 근처. 차량 구입 가격에 수리비를 더하면 엘란 정도(?)는 사고 남았겠다.

 

오송으로 퇴근해 2KBODY로 바로 가서 차를 찾았다. 집까지 오는데 제법 긴장했다.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휴대폰 고정이 안 되어서(...) 신경이 쓰였던 것도 있지만, 엔진과 클러치 감각이 이전과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알던 카푸치노가 아닌, 처음 만난 차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예전 차에 미련은 없다. "너, 원래는 이런 녀석이었구나."

 

차를 끌고 나오는데 친구 전화를 받았다. 수리 과정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조만간 얼굴 한 번 보고 식사나 하자고. "오늘은 그냥 마음껏 즐겨." 그래, 잊지 못할 오늘이 될 것 같다.

 

공장에서 뜯어놓은 부품 가운데 섞여있던 카푸치노의 클러치는 미니어처 같았다. 하지만 손바닥만한 클러치라고 우습게 봤다간 큰 코 다친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만 떨어지던 클러치가 이제는 아주 민감하게 떨어지고 붙고 한다. 하지만 클러치 페달을 놓아감에 따라 동력이 전달되는 느낌은 선형적이지 않다. 공회전하던 엔진에 클러치가 아주 살짝이라도 붙는 순간 곧바로 뒷바퀴로 동력을 쏟아붓기 시작한다.

 

발 끝 페달의 느낌은 미끄럽고 뭉근한데, 클러치 감각은 매섭게 날카롭다. 민감하다. 한마디로 반 클러치가 안 된다. 전에는 적당히 엔진 회전수 올리면서 슬그머니 클러치를 붙이면 부드럽게 출발했는데, 이젠 어중간한 RPM에서 클러치를 댔다간 푸르륵대며 시동이 꺼지거나, '조금만' RPM을 올리면 급발진이다. 이 극단적인 아가씨랑은 천천히 친해질 필요가 있겠다. 차가 길이들건, 내가 적응하건 어떻게든 되겠지.

 

핑계를 더 대라면 둔한 신발 탓이다. 뒤축 바닥이 뒤로 길게 튀어나온 운동화를 신었는데, 힐을 축으로 삼아 바닥에 대고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페달을 밟는 깊이를 발목으로 정확히 가감하지 못하고, 무릎을 쓰려니 그만큼 컨트롤이 둔하다. 드라이빙슈즈가 탐난다. 스파르코의 스니커를 사야하나? 결국 기승전지름신. 돈은 없고, 나중에. 산타할아버지를 졸라야 하는데 나이가 걸림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