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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SCULPTURES - 조각가 권오상의 르망24시 환타지

어렸을 때 가나다 인덱스로 구성된 10권짜리 어린이 백과사전에서 ㄹ 항목이 들어있던 4권을 유독 좋아했다. '레이스카' 항목 때문이었는데 운전석이 열려있는 파란 차 사진이 아직도 기억난다. 포르쉐 917 캔암 레이스카인 건 25년 지나서야 알았다.

 

포뮬러 원도 좋지만, 역시나 르망 프로토타입 같은 차가 좋다. WEC 출전팀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고, 르망24시를 지켜보고, 관련 모형이나 책, 소품을 모으는 건 소소한 취미. 언젠가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상 아직 때가 아니다.

 

국내에서 르망24시를 좋아한다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운데, 우연히 조각가 053, 아니 권오상씨의 작품집이 눈가를 스쳤다. 사진조각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개척자라고 하는데, 조각엔 별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 그저 르망24시를 소재로 한 소조 작품집이라는 이유로 이 책을 샀다, '스몰 스컬프처(Small Sculptures)'.

 

한마디로 르망24시 레이스카를 점토(스컬피 및 시바툴)로 빚고 채색한 모형 사진집. 내가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론을 해봤자 개소리고, 그냥 르망24시를 좋아하는 다른 이의 환타지를 엿보는 기분. 투박하지만 한 페이지씩 넘기며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생활비가 아슬아슬하지만 2.5만원짜리 책을 사는 내가 제 정신이 아닌 건 맞는데, 모든 일엔 때가 있고 지금이 그 때라. 책장이 조금 비좁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