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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arto C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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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ZUKI CAPPUCCINO, 만남 전 반함

    Holic™ | 2018.11.06 02:38 log


    카푸치노를 왜 그렇게 사고싶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달 전 혼다 비트와 스즈키 카푸치노를 비교하던 중, 카푸치노가 하드탑 컨버터블이란 이야길 듣고 확 꽂혔던 기억은 난다. 보기 드문 차인데도 마침 클래식카 카페 장터에 올라온 매물이 있었고, 당시 가격은 1300-1600만원 사이였다. 20년 넘은 경차 가격치곤 너무 비싼데다가 우핸들의 일본 차다. 몰기에 만만찮을 게 분명한데도 끌렸다. 여우에 홀린 듯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했었지만.

     

    며칠 전 친구 전화를 받았다. 아직도 카푸치노 살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몇 달 전 바꾼 노트북 바탕화면이 여전히 카푸치노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도 카페라떼 말고 카푸치노만 마셨다. 시세에 비해 저렴하고 괜찮아 뵈는 차가 나왔다며 보러 가자는 친구 말에 일단 고민해보고 결정하겠다 대답했다. 사진을 받아 보니 장터에서 본 적 있는 차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안 될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돌파구가 열렸다. 다음날 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고, 주말에 바로 차를 끌고 왔다. 손 봐야 할 부분이 많지만 연식을 생각하면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스즈키 카푸치노, EA11R. 1993년 생산된 초기모델을 데려왔다. 할 이야기가 많은 차다. 스즈키는 일본 메이커지만 카푸치노는 영국에서 개발되었다. 카푸치노의 캐치프레이즈인 'The classic convertible for today'라는 문구가 차의 콘셉트를 보여준다.

     

    혼다 비트와 스즈키 카푸치노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 둘은 개발 방향부터 많이 다르다. 혼다 비트는 좋게 보자면 처음부터 소형 로드스터라는 콘셉트에 맞춰 개발했고, 삐딱하게 보자면 여러 모로 타협했다. 물론 혼다의 경량 스포츠카가 비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즈키보다 앞서 혼다는 S600과 S800이라는 로드스터를 만들었다. 얄궂게도 비트보다 카푸치노와 많이 닮았다.

     


    혼다 비트는 MR - 엔진을 중앙에 탑재한 후륜구동 방식이다. 비트를 좋아하는 이들은 'NSX 같은 슈퍼카에 적용되는 미드십 레이아웃'의 미니 로드스터라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가로배치 엔진의 미드십 후륜구동이 FR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라는 사실도 빼놓아선 안된다. 염가형 로드스터를 만들기에는 복잡한 FR보다 MR이 훨씬 적합할 것이다.

     

    "횡배치 엔진 MR은 로우코스트 후륜구동이며, 전륜구동차를 후진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라는 친구 코멘트...

     

    초기형 카푸치노에는 스즈키의 F6A 3기통 엔진이 탑재된다. 구글 검색으로 초기형에 K6A가 탑재되었다는 출처미상의 글을 발견할 수 있는데, K6A는 후기형 카푸치노에 장착되었던 알루미늄 블럭을 적용한 엔진이다. 친구의 3세대 알토 웍스에는 F6A SOHC 터보엔진이 탑재되었는데, 카푸치노의 엔진은 F6A 트윈캠 12밸브 DOHC 터보다.

     


    일반적으로 F6A 엔진의 특징으로 레드존이 8500rpm부터 시작되는 고회전을 이야기 하지만, 많은 카푸치노 오너들이 F6A 엔진의 진가는 내구성에 있다고 말한다. 순정 상태를 기준으로 후기형 카푸치노에 탑재된 K6A가 더 높은 토크를 내지만, 주철제 엔진블록의 내구성을 바탕으로 무슨 짓을 하건 다 받아주는 F6A 엔진이 튜닝 베이스로 더 적합하다는 것. 심지어 값도 저렴하니 맘대로 갖고 놀기 좋단다. 부품 값도 저렴한데다가 일본에서 엔진을 경매 낙찰받아 한국으로 들고 오는데 관세와 배송비 포함 250만 원 정도 생각하면 된다는 친구의 설명. (아, 근데 엔진 오버홀 비용이 250만원 정도 든다고?)

     

    제원에 따르면 카푸치노의 앞뒤 무게배분은 51:49, 운전자 탑승시 무게배분은 50:50으로 균형을 이룬다. 2017년 차량 정기검사표에 앞축무게 364kg, 뒷축무게 348kg으로 기입되어 있으니 이견의 여지 없는 사실이다. 콤팩트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보닛 아래 3기통 엔진을 세로로 배치해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프로펠러 샤프트와 일직선을 이루도록 했고, 엔진 위치를 운전석쪽으로 당겨 FMR - 프론트 미드십 후륜구동 레이아웃을 보여준다. 경차 치곤 꽤나 복잡한 구조다.

     

    서스펜션은 앞뒤 더블위시본, 후륜 서스펜션의 경우 어퍼암과 3바가 결합된 멀티링크 방식. 특히 카푸치노의 서스펜션은 이너 림 더블위시본 방식을 적용해 포뮬러 카의 그것과 닮은 형태다. 스즈키의 목표가 스포티한 염가형 차를 만드는 것이었으면 이렇게까지는 안 해도 된다. 영국의 카푸치노 개발책임자는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가격과 구조의 복잡성을 생각한다면 불합리한 설계지만, 재미있을 것 같으니 하자!"

     


    난 혼다 차를 아주 좋아하고 대단히 훌륭한 자동차 메이커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현대의 S660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카푸치노가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혼다 S660을 낮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이다. 혼다의 개발자는 인터뷰에서 S660이 '누구나 일상에서 부담없이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로 스포츠카가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혼다 S660은 비트의 후속모델이 아니라 소형 모터사이클 '몽키' 같은 차를 만드는 것이 개발 목표였다고. 하지만 카푸치노는 본격적인 스포츠카를 그대로 줄여놓은 차다. 솔직히 제대로 다루기도 쉽지 않다.

     




    카푸치노를 데려오면서 전 차주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지만, 차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다. 엔진음에 미세하게 덜덜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린다. 시동을 건 상태에서 보닛을 여니 잡음이 더욱 크고 확실하게 들리는 것으로 봐서 엔진헤드 태핏 소음이라 여겨진다. 엔진오일 게이지 바를 뽑아보니 끝부분에 오일이 약간 묻어나는 정도다. 맙소사, 이 상태로 130km를 달렸다. 오일보충이 시급하다. 집 근처 모비스 대리점에서 현대 터보씬 5W30 한 통을 사왔다. 계량컵으로 재서 넣으니 딱 1,800cc가 들어갔다. 오일을 보충하니 태핏 소음은 다소 줄어든다.

     

    오버홀이 필요하다는 친구 의견. 오일 탱크에서 미량이지만 하얀 가스가 올라온다. 실린더의 링 마모로 인한 연소가스 누출로 여겨진다. 주차했던 위치에 오일이 샌 흔적은 없다. 생각보단 상태가 좋지만, 어쨌거나 정비가 필요한 상태. 배터리는 엔진룸이 아닌 트렁크에 들어있다. 이 상태로는 루프 패널을 트렁크에 쉽게 넣을 수 없으니 원래 위치로 다시 옮길 생각이다.

     

    운전석은 우선 계기반의 속도계 바늘이 움직이지 않는다. 적산거리는 늘어나는 것으로 봐서 바늘을 움직이는 스텝모터 고장으로 보인다. 일본 야후옥션을 뒤져보니 스텝모터만 따로 파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계기반 전체를 판매하는 셀러는 제법 많다. 거래가격은 한화로 약 20만 원 정도.

     


    대시보드 위엔 디지털 트립 컴퓨터를 비롯해 부스트 압력, 배기가스 온도, 수온 확인용 게이지가 달려있다. 일단 배기가스 온도계가 달려있는 것을 보아 출력향상을 위해 터빈에 장난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계기반 옆에 토글 스위치가 하나 있는데, 커스텀 ECU의 On/Off 버튼이란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데논 오디오 데크가 부착되었다. 문제는 AUX로 입력되는 소리가 원음을 알 수 없을 만큼 변조되고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친구 추천은 클라리온 CZ302A로 교체.

     

    자료를 찾아보니 순정상태에서 속도감응형 전기 어시스트 파워스티어링과 함께 일부 모델에 LSD가 장착된다. 데려온 카푸치노에도 LSD가 장착되었는데 토르센 방식의 순정 LSD가 아니라 다판식 2-웨이 LSD로 보인다. 저속 코너에서는 우다다다다닥 하며 클러치 슬립으로 인한 요란한 소리와 진동 덕분에 아름다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이건 일반 도로보다 서킷이나 드리프트 주행 용이라고.

     

    엔진 룸에는 스트럿 바가 장착되었고, 차체 부싱 또한 순정이 아닌 레이스용을 사용한 듯 하다는 친구 의견. 어쩌면 엔진의 터빈도 순정보다 큰 것이 장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참고로 카푸치노에는 HT06 터빈이 장착되는데, 경트럭 사양으로 크게 나온 HT07 터빈을 장착하면 외관으론 구별도 안 간다고. 'RHB31인가 뭔가하는것도 있다는데, 여튼 HT07로 100마력도 뽑으니 굿터빈 ㅋㅋㅋ' 이랜다. 흘려듣는 척 하면서 메모.

     


    이 카푸치노의 정확한 사양 확인을 위해서라도 엔진 내리고 리프트에 얹을 필요가 있겠다. 일단 자금부터 모으고, 봄이 온 다음에. 일단 '엄마한텐 들키지 않게' 잘 숨겨놔야지. 허락보단 용서가 쉽다지만, 용서보단 집에서 쫓겨나기가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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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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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우 2018.11.10 19:21 신고 이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인 시간이 좀 있어야 하고
      다른 차가 하나 더 있어야 할꺼 같고
      집에 리프트랑 공구 정도는 완비되어야 할꺼 같네요.
      재미있게 잘 타세욤...